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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뉴] CAFFÉ AMERICANO
p 10+
작가정보
글/임징징이
키워드
성인, 밀당, 유혹, 어른의 맛
상세
영업사원이 된 쿠로오. 특유의 능글함과 영업 능력으로 츠키시마를 꼬셔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반품 및 교환처 : 구입원 또는 판매원
보관방법: 실온보관. 직사광선을 피해 건조한 곳에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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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ple.
Cheating Day
“어어, 츳키! 여기야.”
저 멀리서 츠키시마가 유리문을 밀어젖히며 들어온다. 쿠로오는 손을 활짝 펴 흔들어 보였다. 둘 다 키가 워낙 커서 눈에 쉽게 띈 덕에 서로를 발견하기가 쉽다. 이쪽을 보고 성큼성큼 걸어오는 그를, 쿠로오는 한없이 뿌듯하단 얼굴로 바라보았다. 훤칠하네. 많이 컸어. 나이 차이는 고작 두 살밖에 나지 않는 선배라고 하기엔 다소 아저씨 같은 생각도 하면서.
“죄송해요. 일이 늦게 끝나서.”
“별로 늦지도 않았잖아?”
“뭐어. 그렇네요. 그럼 취소.”
“취소가 뭐야, 취소가.”
까칠한 건 여전하다. 오랜만에 보니 그런 점도 마냥 귀엽게만 보였다. 물론, 전에도 귀엽다고 생각했었지만. 귀엽다고 말하면 질색하는 얼굴로 취향이 이상하다느니 어떻다느니 투덜대는 점도 귀엽다. 놀리는 맛이 있어.
“주문부터 하자. 뭐 먹을래?”
“음…….”
“찾아봤더니 여기 케이크가 유명하더라? 자주 와?”
“종종 오긴 했죠. 잘해요. 크림도 괜찮고.”
“그럼 시켜. 오늘은 내가 사는 거니까.”
“음……. 아뇨.”
츠키시마는 메뉴판을 보며 한참을 고민한다. 종종 온다더니 마음에 드는 게 많았나? 달콤한 것을 시킬 거라고 당연하게 예상한 것과 달리, 그의 손가락은 메뉴판의 맨 위 아메리카노를 짚었다.
“이거요. 아이스로.”
“엥? 진짜?”
“왜 놀라요?”
“너 아메리카노 잘 안 마시지 않아? 내 돈이니까 막 시켜도 돼.”
“뭐어……. 둘 다 맞는 말이긴 한데요. 오늘은 이걸로. 식단 조절 중이에요.”
아메리카노니 식단 조절이니 참 안 어울리는 단어들만 골라서 말한다. 츠키시마가 고개를 까딱거리길래 일어나긴 했지만,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다.
“주문하고 왔어. 사람이 많아서 좀 걸릴 거래.”
“네. 잘 먹을게요.”
“그런데 웬 식단 조절이야? 시즌 아니잖아?”
“그건 그런데, 몸을 좀 더 키우고 싶어서요. 근육이 잘 안 붙어요.”
“열심이네~ 선수는 역시 달라.”
“자긴 선수 아니었던 것처럼.”
“고등학교 부 활동이랑은 다르지, 아무래도.”
“지금도 비슷한 느낌으로 하고 있긴 해요, 저는.”
그렇다기엔 꽤 열정적이지 않나? 하긴, 고등학생 때의 츠키시마도 늘 말과 달리 눈을 빛내며 코트를 뛰어다녔었다. 그의 눈빛과 함께 실력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을 보며, 보쿠토와 쿠로오는 저게 자기 덕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로 자주 논쟁하곤 했었다. 그것도 이젠 추억이다. 그때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나저나 당신이 미야기에 온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오면 다이치 선배를 만날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나야 츳키가 1순위지.”
“네에.”
“사실 다이치도 연락 해봤는데, 시간이 안 나서 나중에 보기로 했어. 도쿄에 올 일이 있다더라고.”
“흐음…….”
“왜? 질투? 아니면 옛 친구 대신 자신을 선택해 준 쿠로오 씨에 대한 감사와 감동?”
“아뇨. 다이치 선배 경찰이니까……. 수상한 사람은 잡아갈 의무가 있지 않나 해서.”
“…너무한 거 아냐?”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도 오랜만이다. 츠키시마는 그 사이 턱선이 더 갸름해졌고, 머리 모양을 바꿨으며, 웃음이 많아졌다.
쿠로오가 미야기에 온 것은 그저 출장지가 이곳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우연이랄 것도 없었다. 미야기는 그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한 출장지 여러 곳 중 한 군데였을 뿐이고, 미야기에 가본 적은 없어도 인연은 깊었던 쿠로오가 그곳에 적임이었을 뿐이었다. 출장이 정해지고, 쿠로오는 이따금 연락을 주고받던 츠키시마에게 연락했다. 사적인 목적과 공적인 목적, 두 가지를 모두 이루기 위해서.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말과 달리, 점원은 금방 그들이 시킨 메뉴가 모두 준비되었다고 큰 소리로 알려왔다. 일어나려는 츠키시마를 도로 앉혀놓고 쿠로오가 재빨리“ 카운터로 가 묵직한 트레이를 들고 왔다. 그 츠키시마가 잘한다고 인정한 곳이니만큼, 확실히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인다.
“자. 나왔습니다.”
“…당신 케이크 좋아하던가요?”
“안 먹진 않지. 네가 맛있다니까 맛이 궁금해지잖아.”
“와……. 식단 조절하는 사람 앞에서……. 최악이야…….”
“먹어도 돼. 포크도 두 개인데?”
“안 먹어요.”
쿠로오는 키득키득 웃어대며 케이크 접시를 테이블 정중앙에 밀어두었다. 포크 하나도 손잡이가 츠키시마의 방향으로 향하도록 접시 위에 얌전히 놓아둔다. 그의 눈썹이 불만스럽다는 듯 씰룩거린다. 역시. 반응이 재미있어.
“자. 아-”
“놀리지 말아요. 안 먹는다니까.”
“빡빡하네. 과연 프로그즈의 유망주다워. 명성이 자자하더라고.”
“명성 같은 소릴.”
“진짜야. 최소한 우리 쪽에선 말이지. 그래도 우리가 주목하고 있다는 건, 정말로 괜찮은 선수라는 의미니까.”
자. 쿠로오는 품에서 자연스레 명함을 꺼내어 건넸다. 완벽한 비즈니스적 자세로. “배구 협회 경기 보급사업부 쿠로오 테츠로입니다.” 정중한 인사에 츠키시마도 어색한 표정으로 꾸벅 고개를 숙이며 명함을 받았다.
“당신이 영업 담당이라니. 늘 생각하는 거지만 진짜 잘 어울리면서 엄청 안 어울려요.”
“무슨 의미?”
“뭐랄까. 영업사원은 영업사원인데, 옥 장판을 팔 것 같달까……. 정신 차려보면 털려 있는 거죠.”
“아. 그쪽도 나 완전 자신 있는데, 아무래도 옛 친구가 경찰이라 그건 무리.”
한차례 웃음이 오갔다. 츠키시마는 신기한 듯 명함을 앞뒤로 이리저리 살피고는 제 지갑 속에 넣었다.
“그래서? 용건이라는 게 뭘까요? 말할 게 있다고 했었잖아요.”
“아아. 그렇지. 용건.”
그렇다. 이번 만남엔 어쨌든 공적인 목적이 있다. 일하러 온 거니까, 제대로 해내야겠지. 쿠로는 자세를 고쳐 앉아 괜히 수트 재킷의 매무새를 한 차례 매만진 뒤, 낮고 정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무척 진지한 표정과 함께.
“츠키시마.”
“에, 어, 네.”
“새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 게 있거든. 거기 네가 참여해줬으면 좋겠어. 미야기 대표로.”
“어……. 싫어요.”
그리고 단칼에 거절당했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