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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오사 10인 청춘 앤솔로지
Suna Rintaro X Miya Osamu Anthology
[ 폭염주의보 ]
학교 안에서 피서를 즐기는 방법 by임징징이
덥다. 그야 여름은 원래 더운 것이 정상이고, 지금은 여름이며, 스나도 오사무도 이 사실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더웠다. 이런 날엔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 실내에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춥다느니 어떻다느니 되지도 않는 사치를 부리며 만화책이나 읽는 것이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둘은 지금 학교다. 그것도 한참 전부터. 교복까지 다 갖춰 입고.
학생이 교복을 입고 학교에 나오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오사무와 스나는 노골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 상황에 대해 격렬한 불만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학기 일정상 명백한 여름방학이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썩 편하지도 않은 교복 같은 건 입을 일도 없었을 거고, 높낮이가 일정해 잠들기 딱 좋은 국어 선생님의 목소리에 못 이겨 졸다가 책등으로 머리를 맞을 일도 없었을 거다. 기껏해야 배구부 연습이나 하러 체육관에 들르기나 했겠지. 이 더운 교실엔 올 일도 없었을 텐데.
여름방학인데도 교실에 틀어박혀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보충수업 때문이다. 이나리자키 배구부 2학년이 대체로 학업 성적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낙제를 걱정해야 할 정도까진 아니다. 그야 그들의 배구부 캡틴이 감히 소홀한 자기관리로 ‘낙제’까지 받아놓고 보충수업 때문에 배구부 연습까지 소홀해지는 부원을 가만히 내버려 둘리 없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해봐야 가끔 뼈를 찌르는 한 두 마디를 건네는 정도에 그치긴 했지만, 유독 키타 신스케에게 순종적인 그들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번만큼은 그 누구도 보충수업을 피할 수가 없었다. 갑작스레 학교 평가에 열의를 보인 교장이 성적 불문하고 전교생에게 2주 동안의 특별 보충수업을 지시한 탓이다. 무슨 시범 학교에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어른의 사정에 휘말려 꼼짝없이 학교에 나오기는 했는데, 재수 없게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와 보충 수업 기간이 맞물려버렸다.
“미쳤다, 이건.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더위가 아니다.”
“그 정도가? 그래도 에어컨 나와서 살만하던데. 체육관보다 교실이 더 낫다.”
“에어컨이 나오면 뭐 하냐? 거의 선풍기라고.”
“맞제? 우리 반이 유독 덥지 않나?”
“어. 여긴 시원하네. 야, 아츠무. 반 바꿔.”
“하겠나?”
덥다. 진짜 다 알겠는데, 그래도 너무 더웠다. 이나리자키 고등학교는 꽤 시설이 좋은 편이라 반마다 에어컨 설비는 제대로 갖춰져 있는데도 스나와 오사무는 다른 학생들보다 유독 더위를 더 심하게 호소했다. 1반 에어컨도 분명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을 몇 번이고 확인했는데도 이상한 일이었다. 아마 제대로 점검을 하질 않아 교실 구석구석까지 냉기가 돌지 않는 가겠지? 아니면 하필 자리가 창가 쪽이라 바깥의 열기가 고스란히 들어오는 건가? 원인 파악을 위해 온갖 추측을 해보았지만, 원인이 무엇이든 그들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야. 종 쳤다. 가라.”
“다음 시간 뭐였지?”
“수학.”
“하…….”
“누가 이런 날에 학교 나오라고 했나? 인권 침해다.”
“내 말이.”
“아, 빨랑 가라고!”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아츠무가 있는 2반으로 피신을 오긴 했지만, 매번 이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약 10분 동안 남의 반에서 짧은 피서를 즐긴 스나와 오사무는 종이 치자마자 얄짤없이 유독 더운 제 반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왜 하필 다음 수업은 수학이야? 물론 다음 수업이 무슨 과목이건 간에 똑같이 투덜거렸겠지만. 왜 하필 다음 수업은 사회야? 왜 하필 다음 수업은 영어야? 왜 하필……. 어쩌고.
1반과 2반은 그 사이에 복도가 있다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가까웠지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탓에 반으로 돌아가는 길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급기야 발로 정강이를 툭툭 차기 시작한 아츠무의 등쌀에 못 이겨 간신히 몸을 일으킨 스나와 오사무는 1반 교실 문을 열기 직전, 마치 동시에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미 수업 종이 친 뒤, 학생들은 저마다 자기 반으로 돌아가고 교사들은 천천히 수업을 위해 교무실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을 쯤. 복도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너 나랑 같은 생각 한 거 맞지?”
“잘 통해서 좋네.”
“째자.”
스나와 오사무는 너나 할 것 없이 교실에서 등을 돌려 냅다 계단을 향해 달렸다. 땡땡이쳤다가 걸리면 된통 혼이 날 거라던가 하는 생각은 뒷전으로 미뤄둔다. 처음부터 방학에 학생을 불러댄 어른들이 잘못한 거다. 키도 덩치도 이만한 남고생 둘이 달리는 와중에도 들키면 귀찮아진다는 생각에 용케 발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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